1979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Kramer vs. Kramer)는 여전히 찾아서 보게 되는 명작 중 하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메릴스트립의 젊은 시절의 연기와 더스틴 호프만의 젊은 시절도 함께 볼 수 있으니까요. 내용은 한 남성이 이혼 후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게 되며 겪는 성장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인간적인 고뇌와 아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배경인 뉴욕은 그러한 이야기의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내는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당시의 뉴욕은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따뜻함과 정서는 이 영화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속 공간을 따라가며, 복고 감성을 살린 뉴욕 여행을 기획해보려 합니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숨어 있는 매력을 중심으로, 영화의 감성, 벼룩시장, 현지 꿀팁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촬영지 따라가기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주인공 테드(더스틴 호프만)와 아들 빌리(저스틴 헨리)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어퍼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로, 센트럴파크를 도보로 오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센트럴파크는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자 감정의 전환점이 되는 공간입니다.. ‘스쿼럴 힐(Squirrel Hill)’이나 ‘셰익스피어 가든(Shakespeare Garden)’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조용한 구역으로, 당시 영화 분위기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또한 테드의 직장이 있는 미드타운의 광고 회사 오피스 건물은, 뉴욕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록펠러센터 인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수많은 오피스타워로 현대화되었지만, 몇몇 고전 건축물은 여전히 옛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엘리베이터, 복도, 로비 등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며, 지금도 비슷한 구조로 남아있는 건물이 일부 존재합니다. 흡사한 구조를 찾아 산책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죠.
마지막으로 법정 장면이 등장하는 뉴욕 시청(City Hall)과 법원 단지는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는 관광객들의 방문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클래식한 건축미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영화팬들에게는 일종의 ‘성지순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오래된 서점과 법률 관련 건축물이 남아 있어, 그 시절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입니다.
숨은 뉴욕 명소, 진짜 ‘로컬’처럼 걷기
영화는 큰 볼거리보다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소소한 일상에 주목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여행자도 화려한 관광지를 벗어나 뉴욕 현지인처럼 걷는 감각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웨스트빌리지(West Village)’가 있습니다. 이곳은 고풍스러운 타운하우스와 좁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으며, 유명한 ‘Bleecker Street’를 따라 늘어선 오래된 책방, 와인바, 제과점은 70~80년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곳은 ‘McNulty’s Tea & Coffee Co.’라는 가게로, 1895년에 문을 연 전통 찻집입니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향기 속에서 오랜 시간 쌓인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관광객보다는 뉴요커들이 많이 찾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이 외에도 ‘Three Lives & Company’라는 독립 서점은 영화에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 책을 읽던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곳은 조용한 분위기와 친절한 점원이 돋보이며,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천국 같은 장소죠.
이스트빌리지(East Village)의 ‘Tompkins Square Park’도 조용한 산책에 적합한 명소입니다. 예전 히피와 예술가들이 거주하던 흔적이 남아 있어, 곳곳에 낙서화나 벽화가 눈에 띕니다. 낮에는 평화롭고 사람도 적어, 느긋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입니다.
또 다른 숨은 보석은 브루클린 하이츠(Brooklyn Heights)입니다. 이곳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맞닿은 건물양식이 그대로 남아있고, ‘Promenade’라 불리는 산책길에서는 맨해튼의 전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앞 덤보(DUMBO) 지역에서는 옛 창고를 개조한 서점, 갤러리, 앤티크숍 등을 둘러볼 수 있어 복고 감성을 만끽하기에 충분합니다.
뉴욕 벼룩시장, 복고 감성 쇼핑 천국
복고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역시 ‘벼룩시장’입니다. 뉴욕에는 다양한 벼룩시장들이 주말마다 열리며, 각각 특색이 뚜렷합니다. 먼저 ‘첼시 플리마켓(Chelsea Flea Market)’은 맨해튼 중심부에서 열리며, 규모는 작지만 고급 빈티지 상품이 많습니다. 1940~70년대의 주방기구, 포스터, 주얼리, LP판 등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고, 영화 소품처럼 사용되었을 법한 물건들도 종종 보입니다. 흥정도 가능하지만, 가격대는 다소 높은 편입니다.
브루클린 플리(Brooklyn Flea)는 좀 더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패션, 수공예, 예술상품들이 많습니다. 이곳은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나 ‘프로스펙트 파크’ 근처에서 열리며, 현지 아티스트가 직접 만든 작품이나, 뉴욕의 복고 감성을 살린 상품이 풍부합니다. 특히 이곳은 먹거리 부스도 다양하여,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테드와 빌리가 소소한 식사를 하던 장면처럼, 길거리 핫도그나 프레첼을 사서 나눠 먹으며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헬스 키친 플리마켓(Hell’s Kitchen Flea Market)’은 다소 투박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이지만, 바로 그 점이 매력입니다. 진짜 벼룩시장의 원형 같은 모습으로, 전자제품, 카메라, 올드 잡지 등 영화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많습니다. 시장 자체가 구획 없이 펼쳐져 있어 보물찾기 하듯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노점상과 흥정하며 얻는 인간적인 교류 또한 놓칠 수 없습니다.
벼룩시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으로는, 아침 일찍 도착할 것, 현금을 준비할 것, 가방은 가볍게 들 것 등이 있습니다.
복고 감성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영화 속 뉴욕을 직접 걸어보는 여행을 계획해 보세요.. 촬영지를 따라가며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복고 뉴욕 여행, 그 여운이 오랫동안 당신 안에서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