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영화 ‘아노라(Anora)’. 뉴욕의 공기와 거리, 그 안에 스며든 인물들의 생생한 감정선이 잊히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꼭 ‘아노라’의 촬영지를 직접 걸어보겠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가지 못하지만, 언젠가 그 여정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진심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아직 떠나지 못한 한 사람이 수많은 자료를 뒤져가며 완성한 ‘미래의 나를 위한 영화 여행계획서’입니다. 여러분께도 그 감성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경비: 아노라 촬영지 여행, 현실 가능할까?
“뉴욕 여행은 돈이 많이 들잖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생각보다 ‘가능한 금액’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건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영화 ‘아노라’를 따라가는 여정은 럭셔리보다는 로컬 감성이 포인트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간이 많습니다.
먼저, 항공권은 최저가 기준 100만 원 초반대에서 충분히 구매 가능합니다. 특히 비수기, 화~수요일 출발을 기준으로 검색하면 괜찮은 가격대가 꽤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11월 초 뉴욕의 낙엽 지는 골목에서 ‘아노라’의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이 시기를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숙소는 브루클린 지역에서 에어비앤비 기준으로 5박에 80만 원 정도. 도심보다는 외곽 주택가 쪽이 가격도 저렴하고 현지 느낌도 물씬 나는 편입니다. 영화 속 분위기를 떠올리며 ‘살아보는 여행’을 꿈꾸는 중입니다.
교통비는 뉴욕 메트로카드 일주일권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33에 무제한 탑승 가능하니까 이건 무조건 필수. 코스 계획에 따라 브루클린과 맨해튼만 오가면 되니까 교통비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식비는 정말 천차만별이지만, 저는 영화 속 분위기를 따라 로컬 델리나 펍 위주로 계획했어요. 하루 평균 30~40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날만큼은 ‘아노라’처럼 근사한 한 끼를 먹고 싶어서 미쉐린 맛집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총합으로 보면 약 240만 원~260만 원 선. 물론 환율이나 시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영화의 장면 속을 걷기 위한 여정으로 이 정도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코스: 아직 가지 않았지만, 이미 머릿속엔 다녀온 그 길
이건 정말… 혼자 계획하면서도 설레서 잠이 안 왔던 파트입니다.
‘아노라’를 여러 번 다시 보며 등장하는 거리, 공원, 상점, 바다까지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위치를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구글 스트리트 뷰로 직접 걷는 시뮬레이션까지 시도했을 정도니까요.
1일 차:
브루클린 중심가에 위치한 Bushwick. 그라피티 아트로 뒤덮인 골목은 아노라가 친구들과 농담을 나누던 그 분위기 그대로입니다. 예술과 거친 삶의 에너지가 뒤섞인 공간이라 한참을 걷고 싶어요. 저녁엔 로컬 펍에서 맥주 한 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일 차:
Coney Island는 꼭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었어요. 영화 속 명장면들이 오버랩되는 그 보드워크와 회전목마, 해변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저녁엔 바닷가 근처 피자집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3일 차:
Prospect Park에서는 아침 산책을 계획했어요. 아노라가 조용히 혼자 있었던 그 장면이 왜 그렇게 마음에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커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있는 저를 상상만 해도 이상하게 위로가 됩니다.
4~5일 차:
이틀은 여유 있게 ‘아노라’와 직접적 관련은 없어도 영화 분위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소들로 꾸몄습니다. 소호, 이스트빌리지, 그리고 작은 서점이나 카페. 그리고 꼭 들러보고 싶은 건 영화와 관련된 포스터나 소품을 판매하는 곳! 뉴욕에는 그런 숍이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 코스를 짜다 보니, 여행은 이미 절반쯤 시작된 것 같았습니다. 떠나지 않았는데도 설레는 여행이란 이런 걸까요?
준비물: 감성만 챙기면 안 된다
버킷리스트 여행이란 게 그렇잖아요. 막연히 “언젠간 갈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미루게 되지만, 구체적인 준비를 하면 정말 이뤄질 것 같아져요. 그래서 저는 실제 떠나는 것처럼 준비물을 하나씩 정리해 뒀습니다.
- 편한 운동화: 아노라처럼 많이 걷고 서 있을 거예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발을 잘 잡아주는 신발 필수오 챙겨주세요.
- eSIM 또는 로밍 유심: 현지에서 길 찾기나 촬영지 위치 확인은 실시간으로 해야 하니까요.
- 간단한 영어 회화 메모장: 로컬 가게에서 주문할 때 유용할 것 같아서, 아노라 대사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도 몇 개 써넣었습니다.
- 보조배터리 2개: 뉴욕은 사진 찍을 곳이 너무 많으니까요. 충전 걱정 없이 다니고 싶습니다.
- 노트 & 펜: 카페나 공원에서 영화 감상이나 여행 느낌을 끄적이고 싶어서 챙기려 합니다.
- 방문지 체크리스트: 코스 정리하면서 프린트해서 한 장 챙겨둘 생각이에요. 도장 깨기처럼 한 장소씩 지워나가는 재미를 즐기고 싶습니다!
여행 가방은 비어 있지만, 제 머릿속과 마음속 여행 가방은 이미 꽉 찼습니다. 준비물을 하나씩 챙기며 여행이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그곳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노라’가 걸었던 그 길, 앉았던 벤치, 지나갔던 거리를 수없이 상상했고, 지금도 상상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저처럼 ‘어딘가를 간절히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아직 떠나지 않았어도 그 마음은 이미 여행 중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꿈이 구체적일수록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이 글이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를 자극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우리, 언젠가 아노라의 세계에서 마주치길 바랍니다.